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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제도 지키면서 변한다는 건 착각… 5F 앞세워 혁신을”

2019.12.05 08:32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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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19]‘조직-리더십 석학’ 캔터 교수 강연


“변화를 향한 길은 오아시스로 가는 사막길이거나 사람들이 한 번도 안 가본 것 같은 비포장도로다. 이 여정의 중간쯤 되면 모든 게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길이다.”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9’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로자베스 모스 캔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으로 가는 과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조직과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그는 “구글은 검색 회사 혹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동차업체이자 은행이며, 로켓을 발사해 은하계를 탐사하려는 회사가 됐다”며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산업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했다. 주로 약을 팔던 미국 소매 업체 CVS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면서 병원 전초기지 역할을 맡게 됐다. 냉장고 제조사 하이얼은 식품 판매와 소비를 둘러싼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캔터 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혁신 기업은 스스로를 혁신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상 유지를 당연시하며 안주하는 건 스스로 ‘팔로어’의 위치에 머물다가 몰락해 가는 길이다. 자신이 쌓은 요새 안에서 안주하지 말고 지금 당장 새로운 방식,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라”고 일갈했다. 이어 “디지털 인재 몇 명을 채용하고 홈페이지를 개선한 뒤 ‘우리는 미래를 열었다’고 착각하는 기업이 많다. 마치 불도그에게 빨간 립스틱을 발라놓고 ‘미인이 됐다’고 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캔터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조직 밖에서 사고하기’다. 기성 제도를 지키면서 변화한다고 착각하는 것을 막으려면 전통과 관습,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공고한 성채를 부숴야 한다는 의미다. 이때 필요한 게 ‘5F’다. 의미 있는 목적과 명확한 미션에 집중하는 게 첫 번째 ‘F’인 ‘집중(Focused)’이다.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신속함(Fast)’이 두 번째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유연성(Flexible)’과 ‘친절함(Friendly)’. 조직 외부의 사람들과도 어우러져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진정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의미 있는 도전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야 마지막 ‘F’인 ‘재미(Fun)’를 찾는다. 그는 “이 다섯 ‘F’는 결국 명확한 목적, 기업가다운 속도, 자원들을 재결합하는 유연성, 우호적 파트너십과 관계 형성, 참여적이고 기업가정신을 가진 직원들의 헌신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리더들에게 “외부에 나가 강연할 시간에 내부에서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하라. 오히려 직원들이 외부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고 ‘5F’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디지털 전략의 최고 전문가 수닐 굽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최근 150개 기업을 연구하며 얻어낸 통찰을 공유했다. 그는 “1876년 처음 만들어진 전화기는 1억5000만 명이 쓰기까지 89년 걸렸고 흑백 TV는 38년, 휴대전화는 14년이 걸렸다”며 “그런데 지금 나오는 모든 첨단 기기와 서비스는 1년 안에 1억5000만 명 이상이 쓴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가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반복적인 ‘테스트 앤드 에러’를 언급하곤 하지만 실제로 덩치가 큰 기업들이 신규 비즈니스를 실험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혁신을 위한 작은 조직을 기업 내부에 두기보단 실리콘밸리에 만드는 이유가 여기 있다는 게 굽타 교수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작은 ‘스피드 보트’ 같은 조직을 성공적으로 조직 내부에 유입시키더라도 결코 기업이라는 ‘거함’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

굽타 교수는 도서 판매에서 시작해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로, 그 다음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이자 영화사로 확장하고 있는 아마존을 언급했다. 내부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되 비즈니스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공격적으로 전환한 사례다. 굽타 교수는 “업계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전략의 규칙이 바뀌고 있지만 고객의 ‘통점(pain point)’에서 비즈니스를 구상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고 했다.

한때 아마존의 ‘쇼룸’으로 전락했다가 위기를 극복한 베스트바이도 마찬가지다. 베스트바이는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직접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제조사들과 함께 체험 공간을 꾸몄다. 고객들의 ‘통점’을 파악해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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