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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보트 몇대로 혁신 안돼… 창조적 전환의 상륙함 띄워라”

2019.11.14 09:19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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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19]디지털전략 세계적 권위자 굽타 하버드大 석좌교수


“디지털 전환기에 살아남고 싶으면 ‘비즈니스 재해석(redefine)’을 방해하는 네 가지 장애물을 뛰어넘어라.”

디지털 전략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수닐 굽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61)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간 포천 500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혁명 속에서 생존에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을 연구해왔다. 다음 달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9’의 강연자로 나서는 굽타 교수는 “디지털 전환기 생존의 핵심은 기업의 경쟁 우위와 사업 영역을 재정의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 비즈니스 재해석에 성공하려면

그에 따르면 한국 기업을 비롯한 대다수 기업이 비즈니스 재해석에 실패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최고경영자(CEO)의 명확한 비전 부재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고위 경영진이 회사의 새로운 방향을 표현하길 주저하는데, 이런 비전을 단순한 언어로 전 임직원과 분명히 공유하지 않는 한 조직이 변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둘째는 기존 사업 잠식(cannibalization)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는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사인 디즈니가 넷플릭스로부터 고정적으로 받던 라이선스 수입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수년이 걸린 것도 이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셋째는 역량 부족이다. 골드만삭스 같은 전통적인 투자은행도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역량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막상 이런 역량을 갖춘 밀레니얼 세대 인재들에겐 정보기술(IT) 회사가 더 매력적이다 보니 두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은 정렬(alignment) 실패, 즉 보유 자산과 필요 자산의 불일치다. 수십 년간 아날로그 세계에서만 훈련 받아온 수천 명의 직원을 데리고 기업 전략의 핵심 축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굽타 교수는 이 네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비즈니스를 재창조한 기업만이 살아남았다며 클라우드 기업으로 변신한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2010년 스티브 잡스가 어도비의 플래시를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모든 애플 제품에서 사용을 금지했을 때, 이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어도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며 “그러나 당시 어도비 최고경영자(CEO)였던 샨타누 나라옌은 디지털 마케팅과 SaaS(Software-as-a-Service·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회사를 완전히 변신시켰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도 클라우드 서비스에 베팅해 조직을 재정비했다.

굽타 교수는 또 대기업이 별도의 전담 조직을 만들어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려 하기보다는, 어렵더라도 회사의 핵심 방향을 크게 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디지털 혁신을 하겠다고 민첩한 스피드보트(speed boat)를 몇 대 띄운다 해서 대형 선박을 움직일 수는 없다”며 “디지털 전략을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침투시키고, 조직은 혁신이 안착할 수 있는 거대한 상륙함(landing dock)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거래’가 아닌 쇼룸

한편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옴니채널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기인 만큼 온·오프라인의 상호보완적 성격을 이해하고 ‘채널 간 충돌’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 오프라인 상점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다시 생각할 때”라며 “오프라인의 가치를 더 이상 ‘거래’에서 찾아서는 안 되며, 고객이 실물을 직접 만지거나 느끼고, 개인 맞춤형 제품을 찾는 ‘쇼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옴니채널 전략을 잘 구사하는 사례로는 뷰티 전문 매장 ‘세포라’를 꼽았다. 세포라는 고객들이 신제품 테스트차 매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제품 후기를 확인하기 위해 뷰티 크리에이터의 동영상 콘텐츠를 확인한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자사 모바일 앱에서 바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타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소비자들이 세포라 앱을 떠나지 않고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고객 여정을 이해하고, 고객이 채널 구분 없이 연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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