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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목마른 기업들, ‘애자일’에 눈돌려라”

2018.12.06 08:59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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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은 굉장한 혁신을 이뤄내 왔지만 지금 한국의 대기업들을 보라. 너무 많은 규칙이 존재하며 너무 느리다. 형식적인 절차를 제거하더라도 그 근저에 있는 문화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이 ‘애자일(Agile)’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의 강연자 중 한 명인 피터 카펠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인적자원(HR) 분야의 석학이다. 베스트셀러 ‘부품사회’의 저자로 더 유명하다. 그는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는 레시피를 따라가기보다는 끊임없이 맛을 보며 재료를 추가하곤 한다. 이것이 바로 애자일”이라고 정의했다. 애자일이 향후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게 강연의 핵심이었다.

대부분의 조직은 지금도 세세한 연 단위 경영계획을 세우고 조직 내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한다. 반면 소프트웨어(SW) 개발 방식에서 출발한 애자일은 정해진 계획이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소통을 통해 그때그때 민첩하게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정하며 더 빠르고, 혁신적인 결과물을 추구한다.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애자일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며 경영학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카펠리 교수는 소비자 피드백을 끊임없이 받으면서 테스트를 거듭해 스테인리스 표면에 손자국이 잘 묻지 않는 냉장고를 제작한 제너럴일렉트릭(GE)을 애자일 열풍의 사례로 들었다.

오랫동안 축적돼 온 조직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카펠리 교수는 “통제력과 권한을 가지고 지시에 익숙해 있던 이들은 애자일로의 전환 과정에서 권력을 잃게 돼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진통을 수습하고 조직원들을 애자일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HR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와튼스쿨 인적자원센터장이기도 한 카펠리 교수는 “애자일 문화를 확산하려면 채용, 성과 평가, 보상, 역량 계발 등 HR의 전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연례 인사평가 대신에 프로젝트별로 수시로 피드백과 보상을 제공하는 등 애자일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혁신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주문했다. 실제 메이시스 백화점 등 많은 기업이 연례 보너스 대신 성과가 발생할 때마다 보너스를 지급하고, 개인이 아닌 팀 단위의 평가를 중시하는 조직이 출현하고 있다.

애자일 전략과 방법론의 대가인 대럴 릭비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이노베이션 부문 총괄대표는 “전통 방식의 팀에 비해 애자일 팀의 성공 확률이 4배가량 높고 복잡한 프로젝트일수록 성공 확률이 6배까지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애자일 팀에서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애자일 방식으로 일한다면 계속 함께하겠다는 비율이 97%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애자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무조건적인 전환은 경계했다. 릭비 대표는 “애자일을 한꺼번에 ‘빅뱅’하듯이 실천하려고 하지 말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동태적 역량’ 개념의 창시자이자 경영전략의 세계적 석학인 데이비드 티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날 오후 세션의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티스 교수는 기업의 다양한 사례는 물론이고 오래전의 전쟁사에서 동태적 역량과 민첩성이 성공과 승리를 만들어 낸 경우를 소개했다. 그는 “민첩성과 동태적 역량은 국가 간의 전쟁은 물론이고 기업 간의 경쟁에서도 승패를 갈랐다”며 “1970년대 혼다와 야마하의 ‘모터사이클 전쟁’에서도 혼다는 113개의 새로운 모델을 끝없이 대체 생산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맞춰간 반면에 야마하는 이를 성공하지 못해 결국 패배했다”며 빠른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티스 교수는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경영계의 예측과 달리 삼성은 ‘수직적 통합’을 통해 동태적 역량을 확보해 성공했던 기업”이라며 “이처럼 동태적 역량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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