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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텐슨 교수, 한국의 사회경제적 문제 풀기 위한 세가지 해법 제시

2018.12.06 08:57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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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성공 공식에 얽매이지 마라. 아예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경영학의 대가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경영대학원 교수(66)의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 기조강연은 그를 지칭하는 ‘파괴적 혁신의 창시자’다웠다.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과 기회에 주목했다. 그는 “경제가 쇠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들에겐 새로운 기회다. 기업들은 경제 각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과제들을 이전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유연한 접근 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과 뇌졸중에서 회복중인 크리스텐슨 교수는 걷고 말하는 데 다소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선교사로 근무하며 익힌 한국어를 섞어가며 또박또박 강연해 포럼을 찾은 1500여명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동행한 딸 앤 크리스텐슨 파괴적혁신연구소장은 청중들의 환대에 감사를 전하며 연단 위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1995년 발표한 저서 ‘혁신가의 딜레마’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이론을 발표해 경영학계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스무 살 안팎이던 1971~1973년 수원, 춘천, 부산 등에서 모르몬교 선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그 때의 인연 때문인지 경영학자가 된 후에도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과 기업의 발전상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2010년부터 건강이 나빠져 대외활동을 줄였으나 새로운 저서 ‘번영의 패러독스’ 출간을 앞두고 오래 만에 한국을 찾았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날 한국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풀기 위한 독특한 시각의 해법을 제시했다.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성인교육 3가지가 두 번째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내가 아는 한국인은 사랑과 흥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젊은이들은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가상현실 테마파크 등을 예로 들며 “젊은이들이 즐거움을 느끼도록 돕는 혁신 기업이 나오면 출산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헬스케어 산업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암과 같은 치명적 질병 치료부문은 전통적으로 정부 규제가 강해 큰 성장의 기회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규제가 덜한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하거나 혹은 정부 규제가 없는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살필 것을 권했다. 초기당뇨와 비만, 호흡기 문제 등 질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질병에 가까운 건강문제에 대한 소비 욕구가 커질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고령화는 중장년층의 고등교육 욕구도 키울 것라는 전망도 내놨다. 젊었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학이나 대학원을 가지 못한 사람들의 아쉬움을 해결해주는 서비스에서 많은 사업 기회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강연 중 크리스텐슨 교수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엔터테인먼트” “출산율” 같은 쉬운 단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종종 딸과 비서에게 도움을 청했다. 청중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강연 내용의 깊이는 그의 명성에 모자라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 시대 최고 경영학자의 한국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청중은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듣고 박수를 보냈다. 특히 그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을 회상하며 부산, 춘천 등지에서 찍은 흑백사진을 보여주자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기조강연에 이어 크리스텐슨 교수의 딸 앤과 하버드경영대학원 제자(경영학 박사)인 마이클 레이너 딜로이트컨설팅 이노베이션 센터 리더가 혁신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레이너는 파괴적 혁신과 사고 전환의 사례로 미국의 소액 손해보험사 트로브(Trov)를 소개했다.

트로브는 기성 보험사들이 도외시한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니즈를 공략했다. 자기 소유 주택이나 자동차가 없는 20~30대는 노트북과 카메라 등 개인 전자기기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이를 위한 손해보험은 없었다. 물건값이 낮아서 보험 상품을 만들어줄 회사도 없고 소비자 역시 연간 보험료를 지불할 의사가 없어서다. 트로브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시간 단위로 귀중품의 보험 기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소액 보험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같은 노트북이더라도 안전한 집안에서는 보험을 비활성화 시키고, 도서관이나 커피숍 등 도난 위험이 있는 공공공간에서는 보험을 활성화시키는 식이다.

레이너는 “트로브는 기성 보험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바를 찾아내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냈다”며 “이른바 ‘비고객’을 공략함으로써 혁신을 이뤄낸 사례”라고 말했다.

조진서기자 cjs@donga.com
배미정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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