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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틀러 교수 “4차 산업혁명 열쇠는 기업가정신… 민관 함께 파괴적 변화를”
2017.12.11 11:49
운영자
[동아비즈니스포럼 2017]‘마케팅의 아버지’ 코틀러 교수 강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불확실성의 돌파구는 ‘기업가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긍정적이고 야심만만한 비즈니스 리더가 유능한 정부 관료와 손잡으면 얼마든지 파괴적인 변화를 구현할 수 있다.”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86)는 6일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주최로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 포럼 2017’의 기조 강연을 통해 한국의 기업인들에게 이처럼 조언했다.
이어 디지털 경제 시대에 사회가 비개인적이고, 포용적이며, 수평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여성, 청년, 누리꾼 집단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정보 공유가 활발한 여성, 청년이 기대하는 구체적인 미래에서 혁신의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틀러 교수는 비즈니스 리더와 협력해 변화를 주도할 주체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일본과 프랑스가 정부 주도의 성장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며 “한국도 민관의 우수한 리더들이 협력하는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틀러 교수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도 민관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AI로 인해 소멸될 일자리도 많지만 새롭게 등장할 일자리도 많아질 것”이라며 “해당 산업 분야에서 청년들이 야심 차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심 찬 기업가가 많은 한국에 중국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출현하지 못하는 이유도 민관 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코틀러 교수의 진단이다.
코틀러 교수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가르친 MBA 졸업생 10명 중 2명이 글로벌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도 창업을 택할 정도로 기업가 정신이 강해 기업들이 내게 불만을 표시한다”며 “하지만 그들의 불만과 상관없이 기업가 정신 석사 과정(Master of Entrepreneurship·ME)을 별도로 만들어서라도 창의적인 청년 리더를 더 많이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틀러 교수는 많은 기업이 성장 전략의 핵심 툴인 마케팅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케팅은 탁월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함으로써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는 전략”이라며 “상품 개발과 영업팀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엔지니어 등 전 직원이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적이 최고재무책임자(CFO)’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고경영자(CEO)가 재무만 챙기는 경향이 있다고 코틀러 교수는 지적했다.
코틀러 교수는 “CEO는 옆방에 CFO가 아닌 CMO를 두고 그의 조언을 계속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하면 의류산업 같은 전통적인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도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스페인 의류 브랜드 ‘자라(Zara)’를 예로 들며 “이 회사는 여성 소비자들의 심리를 간파하고, 매주 신상품을 교체해 소비자들이 마음에 드는 의류를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 새 시장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코틀러 교수는 모바일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브랜드의 충성스러운 옹호자로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봤다. 그는 “디지털 경제에서 고객의 구매 경로는 인지(Aware), 호감(Appeal), 질문(Ask), 행동(Act), 옹호(Advocate)의 5A를 거치므로 과거보다 복잡해졌다”며 “기업은 앞의 4A를 거친 고객을 옹호자로 만들면 그들은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남에게 추천하고, 부정적 반응에는 적극적으로 옹호해주는 브랜드 커뮤니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커뮤니티를 성공적으로 만든 기업으로는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은 매주 토요일에 고객들이 함께 오토바이를 즐기고 관련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 커뮤니티를 만들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더 확보했다”고 말했다.
배미정 soya1116@donga.com·이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