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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신기술보다 비즈니스모델 혁신하라”

2017.12.11 11:37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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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17

“전자상거래 유통기업이었던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뛰어들어 IBM의 사업을 위협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이처럼 기술 혁신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더 중요합니다. 10년 후에도 살아남고 싶다면요.”

동아일보와 채널A가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7’에 참가한 스위스의 경영 사상가 알렉산더 오스터왈더는 이렇게 말하며 한국 대기업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신기술 연구개발(R&D)에 많이 투자해왔고 또 잘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R&D’에도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약 1500명의 청중이 빽빽이 들어찬 채 진행된 강연에서 오스터왈더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기술 혁신보다 중요하게 작용한 사례로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베터플레이스를 들었다.

2000년대 말 테슬라는 쾌속 충전되는 고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고급 스포츠카로 전기차 시장을 타진했다. 같은 시기, 베터플레이스는 배터리를 쉽게 갈아 끼우는 저가형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했다. 전기 구동이라는 기본 기술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테슬라는 시가총액으로 제너럴모터스(GM)를 위협하는 대형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했다. 반면 베터플레이스는 투자금 8억5000만 달러(약 9300억 원)를 날리고 2013년 파산했다.

경영 혁신 사상가 알렉산더 오스터왈더는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제품 중심, 기술 중심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비즈니스 모델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라”고 주문했다.
오스터왈더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두 회사의 운명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대규모 공장을 짓기 전에 로터스사의 스포츠카를 개조한 ‘가짜’ 전기차를 만든 다음, 잠재 소비자들에게 ‘이런 차를 사기 위해 5000달러 예약금을 내겠느냐’를 물어 시장성을 확인했다. 확신을 얻은 다음에야 은행 대출을 받아 공장을 지었다. 반면 베터플레이스는 기존 방식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세운 뒤 충분히 검증하기 전에 미국, 덴마크, 이스라엘에 배터리 교환시설 인프라를 대규모로 건설하다가 파산하고 말았다.

이어서 강연한 마셜 밴 앨스타인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제품 생산으로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고 선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플랫폼이 제품을 이긴다는 것이다.

플랫폼 이론의 대가인 마셜 밴 앨스타인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집중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보다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를 형성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BMW의 매출을 넘어선 우버, 메리엇을 이긴 에어비앤비, 월트디즈니를 이긴 페이스북은 모두 기존 기업 10분의 1의 인원으로 시장을 장악했다”며 “하지만 우버는 자동차를, 에어비앤비는 호텔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집중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독점적인 기업으로 커나갔다면 이제는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최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얘기다.

밴 앨스타인 교수는 “이제 마케팅의 문법도 완전히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기업이 전략을 짜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메시지를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경업체 와비파커는 5개의 안경을 먼저 보내주고 소비자가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올려 친구들에게 평가받아 하나를 고른 뒤 나머지를 반품하도록 한다. 소비자가 스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행위가 엄청난 광고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것.

밴 앨스타인 교수는 조미료 업체 매코믹의 사례도 소개했다. 각 조미료 특유의 맛과 향을 모두 분석해 커뮤니티에 조리법을 올렸고, 고객들은 이를 활용해 새로운 조리법을 시도해보고 소개함으로써 ‘구전효과’와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고객 수도 당연히 증가했다. 그는 “플랫폼을 개방하면 성장하고 닫으면 망한다”며 “네트워크 효과를 위한 ‘개방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의 성장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중은 경영 사상 대가들의 얘기를 새겨듣는 ‘경청’의 단계를 넘어 ‘열공’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스터왈더가 즉석에서 제안하는 방식대로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보기도 하고, 밴 앨스타인 교수가 설명하는 핵심 개념을 받아 적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의 성공 기반은 윈윈 모델을 통한 제품-서비스의 결합 판매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3년째 포럼에 참가하고 있는 송인성 칼자이스 과장은 “대가를 통해 큰 그림을 그려보고 젊은 사상가들의 새로운 방식의 강의를 통해 실용적인 업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진서 cjs@donga.com·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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