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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SW-로봇이 한국경제 미래… 파괴적 혁신 나서라”

2017.11.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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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17]마케팅 석학 필립 코틀러 美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
세계적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한국에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정체된 다른 사업을 파괴하는 일에 도전해보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다음 달 6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17’에서 연사로 나선다.

“내게 일은 놀이와 같아요. 늘 평생 배우고자 합니다. 내 마케팅 연구는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박물관, 공연예술 조직, 교회 등을 포함하죠. 경제학 연구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성과를 개선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늘 새로운 주제를 탐구하지요.”

팔순을 훌쩍 넘긴 노교수의 공부 열정만은 20대 못지않았다. 세계적 마케팅 석학인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86)는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디지털 시대 기업과 국가의 덕목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세상엔 기후변화 같은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혁신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데 난 후자”라고 말하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업들은 왜 디지털화에 더딘가.

“성공한 기업들은 성공한 일만 계속한다. 실패한 뒤에야 신선한 생각을 한다. 결국 선두를 뒤쫓아 가는 일만 하게 된다. 내 주문(mantra)은 되도록 빨리 디지털화하라는 것이다.”

―여론 쏠림, 가짜 뉴스 현상은 디지털화의 위험 요인 아닌가.

“디지털화로 같은 생각을 하는 ‘부족집단(tribe)’의 구미에 맞춘 미디어 수단이 확산됐다. 사람들은 이 ‘부족집단’ 내에서만 보고, 읽고, 대화한다.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와 가짜 뉴스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을 다룬 “‘실업 시대’의 삶(Life in Jobless World)”이라는 글을 미국 언론에 기고했다. AI, 로봇 등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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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더 적은 비용으로 업무를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면 AI를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일자리가 모두 없어진다는 건 과장된 얘기다. 로봇이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진 않을 거 아닌가. 교사 직업은 남아 있을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회계사의 통찰까지 대체할 순 없다.”

―어떤 직업군이 가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나.

“자율주행 트럭이 등장하면 트럭 운전사들은 타격을 받는다. 많은 상점이 문을 닫을 것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회사를 무너뜨린 곳에서 전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마존의 물류센터 같은 곳 말이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특정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이론이 있다. ‘보편적 기본 소득’ 아이디어도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1000달러는 준다’는 식인데, 부자들은 그 돈을 받을 필요가 없지 않나. 이보다 저소득층이 ‘사람다운 삶(livable life)’를 살 수 있게 ‘순소득적자(Net Earned Income Deficit)’를 보전해 주는 개념을 더 지지한다.”

그는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소셜미디어 기업을 “매우 강력한 기업들”이라고 평가하며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을 무너뜨리진 못하겠지만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는 건가.

“한국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민과 공직자들이 앞으로 성장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디지털화, 소프트웨어, 로봇 등이었다. 일본은 좋은 판단을 내렸다.”

―한국 정보기술(IT)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인데….

“진짜 문제는 알리바바를 이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느냐다.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가? 한국 기업들이 고품질, 가치 지향적 가격 정책, 상품과 서비스 혁신에 매진했으면 한다.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정체된 다른 사업을 파괴하는 걸 도전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스포츠 마케팅 관점에서 조언을 해 달라.

“상황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미국이나 북한이 ‘정신 나간(crazy) 일’을 하진 않을 것 같다. 평창 올림픽에 북한을 초대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태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마켓 4.0 관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소통을 평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뉴스거리를 만들어 중요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트위터 활용 방법은 현명하지 않다. 특히 다른 사람을 공격할 때 그렇다. 트위터를 아예 쓰지 않는 게 낫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해외로 간 미국 기업을 돌아오라고 압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코틀러 교수는 다음 달 6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17’에서 한국 최초로 ‘코틀러 어워드’를 시상한다. 그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을 이룩한 기업들에 주어지길 바란다. 기업들의 마케팅 품질과 영향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토=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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