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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의 시대 가고, 가치의 시대 왔다”
2016.12.09 11:04
정민정
동아비즈니스포럼 신설 ‘럭셔리 포럼’
新명품족 대응 위한 실질적 전략 제시
“브랜드를 중시하던 ‘사치’의 시대는 갔고 제품의 사용 경험을 중시하는 ‘가치’의 시대가 왔습니다.”
마케팅 분야 베스트셀러인 ‘절대 가치(Absolute Value)’의 저자이자 소비자 선택이론의 권위자인 이타마르 시몬슨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7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럭셔리 포럼’의 강연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럭셔리 포럼은 올해 신설돼 ‘동아 비즈니스포럼 2016’과 공동으로 열렸다. 시몬슨 교수를 비롯해 박정근 한양대 교수(경영학부),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 송지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등이 강연자로 나서 럭셔리 업계의 최신 트렌드 및 대응 전략을 설명했다.
○ 절대 가치의 원천은 동료 소비자 추천
행동경제학 이론을 마케팅에 접목하는 것으로 유명한 시몬슨 교수는 “브랜드 이름이나 비싼 가격에 끌리기보다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상의 사용자 리뷰를 통해 공유된 제품 정보나 추천을 신뢰하는 명품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소비자가 제품을 쓸 때 경험하는 품질, 느낌 등은 ‘절대 가치’로 볼 수 있지만 이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절대 가치는 국적, 성별, 연령 등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동료 소비자의 사용 경험과 추천은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게 시몬슨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제품 리뷰 사이트, 소셜미디어, 쇼핑 관련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에는 특정 상품에 대한 사용자들의 의견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며 “이들의 평가는 전문가들보다 훌륭한 경우가 많아 다른 소비자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시몬슨 교수와 공개토론을 진행한 박정근 교수도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해외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자유롭게 올리고 공유하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이 더 절대 가치를 중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몬슨 교수는 기업들이 소비자 리뷰를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 리뷰의 숫자가 급증하고 그 중요성이 커지면서 ‘가짜 리뷰’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데도 아직 많은 기업들이 이 부분을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고성 리뷰,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리뷰 등을 걸러내고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리뷰만 남기려면 기업들이 끊임없이 소비자 리뷰를 읽어보고 해당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존을 비롯해 여행평가사이트 익스피디아, 맛집 평가 앱인 ‘옐프’ 등이 이 분야의 선진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 ‘밀레니얼 세대’ 공략 필수
이날 참가자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에 태어난 세대)’가 명품 업체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라고 조언했다.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는 “비틀스가 디지털 음원을 발표하고 콧대 높던 샤넬이 온라인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도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제품을 검색했을 때 풍부한 정보가 바로 나오는 것을 중시하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지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전 세계 명품시장 성장세가 둔화됐어도 디지털 전략을 잘 짠 소수 업체들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미국 남성의류 업체 보노보스를 예로 들었다. 보노보스의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보다는 고객의 치수를 재고 상담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고객들은 이렇게 얻은 정보로 온라인에서 옷을 고르고 주문할 수 있다. 송 파트너는 “고객이 특정 회사의 콜센터, 웹사이트, 모바일 페이지 등 온라인 매장을 오프라인 매장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라”고 조언했다.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연구의 권위자인 네이선 퍼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들은 리더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 최고 실험자”라며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디자인 중심 혁신 개념의 창시자인 로베르토 베르간티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대 교수는 “이제 혁신은 기술적으로 훌륭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더 많은 의미와 감동을 주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며 “예를 들어 디지털카메라는 ‘사진을 잘 찍는 도구’가 아니라 ‘추억을 간직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도와주는 도구’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웅 jwoong04@donga.com | 동아일보 2016.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