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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은 파격 아이디어 펼칠 기회… 실험할 자유 보장을”

2021.11.03 14:31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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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21] ‘룬샷’ 저자 사피 바칼 박사

“혁신을 일으키는 최고로 탁월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장벽을 뚫고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런 아이디어가 조직 내에서 쉽게 발현된다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언뜻 미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뜻하는 ‘룬샷(loonshots)’이 어떻게 시장을 주도하게 되는지 분석한 베스트셀러 ‘룬샷,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의 저자이자 물리학자인 사피 바칼 박사는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직접 바이오테크 기업을 창업하기도 한 그는 과학계와 비즈니스계를 막론하고 현실에서 룬샷은 늘 조롱을 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바람 앞 등불처럼 위태롭지만 혁신의 불씨가 될 수 있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의 구조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 아이디어를 살리는 조직 구조

12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21’의 기조연설을 맡은 바칼 박사는 “과거 C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한 미국의 제약사 파마셋이 그랬듯, 소수 정예 인력에서 나온 혁신성과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제약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파마셋’은 신약 개발에 있어선 소수 인력이라 할 만한 과학자 12명이 힘을 모아 C형 간염을 99% 완치시키는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해 냈다.

바칼 박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을 비롯한 대규모 집단에서는 내부적으로 이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폐기되기 쉽다. 소수의 인재가 낸 과감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믿고 이끌어줄 추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과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시도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대개 실패로 끝나는 까닭은 리더들이 제대로 된 성과 지표를 설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리더가 혁신 조직이 신사업에 뛰어든 첫해부터 수익성을 잣대로 성과를 평가한다든지, 기존 계획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한다든지, 위험 회피에만 신경을 쓴다면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칼 박사는 “혁신적인 사업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성과 평가를 비롯한 조직 구조와 리더의 역할이 공격이나 견제가 아닌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룬샷을 통해 실시한 사업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귀중한 학습효과를 남겼다면 이를 ‘진짜 실패’로 규정하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가짜 실패’와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룬샷 추구하되 ‘변화와 안정’ 잡아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은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음껏 실험하고 실패를 경험하면서 룬샷을 발굴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칼 박사는 “그동안 주변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위기야말로 혁신을 실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데 대한 내부의 저항이 가장 적은 시기라고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변화를 모색할 때는 기존의 핵심 사업을 안정화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데 필요한 핵심 구조와 주변으로 뻗어가는 데 필요한 변화 구조를 모두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칼 박사는 모범 사례로 한국계 미국인인 데이비드 장 셰프가 미국 뉴욕에서 운영하는 모모푸쿠 레스토랑을 꼽았다. 장 셰프의 레스토랑은 전통적인 한식, 일식, 중식에 뿌리를 두고 이를 새로운 미국식 요리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전통을 살리면서 레시피의 혁신을 추구했다. 그 결과 어려운 시기에도 뉴욕 맨해튼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를 넓혀갈 수 있었다. 바칼 박사는 “위기의 시대에는 혁신적인 룬샷 아이디어를 중시하되,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기사보기: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103/1100478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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