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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신기술보다 서비스 중요해져… 고객 안심시켜라”

2020.12.03 11:08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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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20]탈레스 테이셰이라 前 하버드대 교수
소비자들의 달라진 행동 분석… 안전-건강-유연성 충족시켜야
케빈 메이니 디지털산업 전략가
대량생산 지나 탈규모화 진입… 의료분야 필두로 모든 산업 확산



“디지털 변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해야 한다. 소비의 결과를 확실하게 보장함으로써 고객들을 안심시켜라.”

2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20’의 강연자로 나선 탈레스 테이셰이라 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변혁의 주요 흐름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시장 파괴자들의 공통점을 밝힌 경영전략서 ‘디커플링’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테이셰이라 전 교수는 전통적 기업들의 경우 새로운 역량을 구축하는 속도보다 기존 역량을 상실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경고하면서 급격한 시장 파괴에 대비하려면 소비자들의 달라진 행동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 제품 기반에서 서비스 기반으로
그는 미국의 농업 기자재 제조사 존디어를 전통 기업이 소비자 행동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한 모범 사례로 들었다. 존디어는 40여 년간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나은 기자재를 개발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 하지만 기술 혁신의 속도가 더뎌지자 농부들은 신제품 구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고, 트랙터 교체 주기도 길어졌다. 회사는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

존디어의 선택은 농부들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농업 관련 컨설팅 회사로의 변신이었다. 테이셰이라 전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 존디어는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 기반의 회사로 탈바꿈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객을 안심시키고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메시지도 거듭 강조됐다. 테이셰이라 전 교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제품의 기능보다 그 제품을 소비한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장품 회사 키엘은 고객이 자주 쓰고 좋아하는 크림 등의 경우 개인 사용 주기에 맞춰 제품을 배달해 주기 시작했다. ‘서비스로서의 뷰티’를 보장함으로써 집에 있는 화장품이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과 확신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 셈. 매일 쓰던 제품이 떨어지면 세포라 등 뷰티 매장부터 찾던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키엘의 충성 고객이 됐다. 고객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볼 때는 ‘제품 재구매’ 과정을 공략해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한 전략이었다.

테이셰이라 전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객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안전성’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팬데믹 이후에도 번성하는 기업은 안전, 건강, 유연성의 세 가지 중 하나는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며 “싸고, 빠르고, 쉬운 서비스만으로는 고객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 전 산업의 탈규모화 본격화
이날 포럼의 마지막 강연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산업 전략 전문가인 케빈 메이니 카테고리 디자인 어드바이저 파트너가 맡았다. 베스트셀러 ‘언스케일’의 저자인 메이니 파트너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스케일(대량생산)’의 시대는 가고 ‘언스케일’(탈규모화, 개인화)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스마트워치와 신체 부착형 측정 기기가 쏟아져 나오는 의료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메이니 파트너는 누보의 임부용 허리띠를 예로 들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 제품은 임부가 옷 안쪽에 착용하면 임부와 태아의 신체 활동 측정치를 스마트폰과 병원 의료기록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한다. 또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태아의 특징과 건강 상태를 분석해 알려준다.

그는 또 당뇨 환자의 혈당, 심박 수, 체온을 분석해 개인화된 처방을 내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 휴대전화 사용 패턴과 목소리 변화를 통해 우울증 위험 여부를 진단해주는 앱도 사례로 들었다. 다양한 신체 모니터링 앱들이 모은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플랫폼들의 개발이 완료되면 진단의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메이니 파트너는 “이런 ‘주머니 속 의사’가 인간 의사보다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람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는 1년에 한두 번뿐이지만 주머니 속 의사를 활용하면 매 순간 나 자신을 관찰해 주치의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의료산업을 시작으로 모든 업계가 순차적으로 탈규모화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국 기업들도 이 흐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진 truth311@donga.com·조진서 기자

– 기사 바로보기: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1202/1042606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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