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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은 환상… ‘붉은 여왕’처럼 끝없이 경쟁하라”

2019.12.05 08:33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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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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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이라고 하면 많은 기업들이 마치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해야 한다고 착각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이미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면 된다.” 2016년에 이어 3년 만에 동아비즈니스포럼을 다시 찾은 네이선 퍼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예로플로트, 마스터카드 등의 디지털 전환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 기업 경쟁력 되살린 디지털 전환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포럼에서 퍼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를 위해 ‘급진적 파괴’를 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공통점은 기존에 추구하던 핵심 가치와 역량을 100% 활용했다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러시아 아예로플로트는 10년 전만 해도 파산 직전에 놓인 최악의 항공사로 손꼽혔다. 그런데 2010년 44%였던 고객 만족도가 2016년 72%로 급등했다. 정보기술(IT)업계 출신 최고경영자(CEO) 비탈리 사벨리예프가 2009년 부임한 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성과다. 사벨리예프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운항, 보고, 승객 예약 등 핵심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경영진이 450여 개 핵심성과지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이 대시보드를 통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체크하자 업무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 이는 운영비 절감과 대고객 서비스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퍼 교수는 “아예로플로트가 여객 항공사라는 존재의 이유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디지털 도구들을 활용해 효율성과 고객 친화성을 높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지불결제 서비스를 자랑하는 마스터카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다. 비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경쟁자들에 밀려 신용카드 시장점유율이 점차 떨어지던 마스터카드는 현금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첫 실험은 교통카드였다. 마스터카드는 런던 교통청과 협약을 맺고 현지 교통카드 ‘오이스터 카드’가 없어도 기존 신용카드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지불결제 인프라를 구축했다.

퍼 교수는 “런던 교통청은 오이스터 카드 관리에 투입되던 수천만 파운드를 절약했고 마스터카드는 고객들의 동선 데이터를 파악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 인간 본성부터 이해해야 혁신 기업

윌리엄 바넷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인들이 혁신을 추구하기에 앞서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부터 높일 것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누구나 과거를 뒤돌아보며 합리화하는 것은 잘 한다. 그러나 어떤 아이디어, 어떤 리더가 위대한 결과를 가져올지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 훗날 ‘발견’할 수만 있을 뿐이다.”

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30년 가까이 연구한 그는 본인을 포함한 경영학자들의 이론에 대해 “과거 사례에 대한 합리화”라는 평가를 내렸다. 따라서 미래를 관리해야 하는 현실 비즈니스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바넷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예로 들었다. 그는 2004년 스탠퍼드대 수업에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특강을 몇 차례 마련했다고 한다. 페이스북 설립 초였던 당시 경영학과 학생들은 배낭을 멘 낯선 모습의 저커버그를 보며 ‘저런 사람이 무슨 기업가냐’ ‘들을 가치가 없다’는 혹평을 하더라는 것이다. 바넷 교수 자신도 1990년대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처음 만났을 때 ‘(미국) 이베이에 대적하겠다니 미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랬던 그는 포럼 다음 날인 5일 중국으로 건너가 마윈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바넷 교수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윈은 미쳤다고 생각했었다”라고 했다.

바넷 교수는 기업의 리더들이 위대한 아이디어를 미리 예측하고 키워주기 어려운 만큼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신사업을 발굴해 편하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경쟁 없이 안전하게 돈을 버는 ‘블루오션’은 신화 속에나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붉은 여왕’(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캐릭터로 주변 상황이 빠르게 변해 자신이 진화하더라도 간신히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처럼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된 기업이 위대해진다.”

배미정 soya1116@donga.com·조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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